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것은 그 지역의 책방입니다. 화려한 대형 서점이 아닌, 지역의 색이 묻어 있는 작은 독립서점들이요.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을 만든 사람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지역의 삶이 쌓여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낯선 곳에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그곳의 독립서점을 찾게 됩니다.

이번에 찾은 곳은 안동의 지관서가와 대구의 심플책방입니다. 두 공간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두 곳 모두 ‘지역의 서점’이라는 점에서 책과 지역을 각자의 방식으로 연결하고, 그 방식을 공간에 녹여내고 있었습니다. 지역과 책, 그리고 공간을 연결하는 두 서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지관서가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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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지관서가는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었어요. 고즈넉하고 단아한 전통 한옥 건물 안에 자리 잡은 이곳은 내부도 안동포를 활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바뀌는 자연 채광 덕분에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어요.

책 큐레이션도 이 지역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안동이 가진 인문학적 전통을 반영해 ‘몸과 마음’을 주제로한 책들이 주를 이루었어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깊이 탐색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느낌이었죠. 여기에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인문학 강좌는 서점이 단순한 책방을 넘어, 지역민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구 심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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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서가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면, 대구의 심플책방은 보다 자유롭고 다채로운 느낌이었어요. 초록색 작은 간판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고양이들이 반겨주는 이곳은, 책뿐만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와 문화를 담은 작은 전시 공간 같았어요.

마침 방문했을 때는 <대구서가>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대구경북 지역 출신 혹은 이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자리였어요. 그런데 단순히 책을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책 옆에 작은 메모를 남겨 작가가 대구에서 좋아하는 장소를 추천해 주기도 하더라고요. 덕분에 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와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고, 방문객의 입장에서 ‘찐 로컬들이 추천하는’ 카페나 식당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또한, 대구를 주제로 한 독립출판물과 지역 굿즈도 판매되고 있어, 책방을 나설 때쯤엔 대구라는 도시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책방이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이었다면, 지역마다 이렇게 개성이 다를 필요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관서가심플책방을 다녀오면서, 지역의 특색을 담은 서점이야말로 책을 통해 지역을 읽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어요.

지관서가는 안동의 정신문화라는 뿌리를 공간과 큐레이션에 녹여내면서 ‘이곳에서 어떤 책을 만나야 할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어요. 반면, 심플책방은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독자들을 연결하면서, 지역 문화를 동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만들어주었죠. 두 서점의 방식은 달랐지만, 책을 매개로 지역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지역과 책을 연결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책을 넘어 지역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책방이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지역을 보여주는 창이 되려면, 공간을 통해, 큐레이션을 통해, 그리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지관서가가 공간과 주제성을 통해 지역의 특성을 어떻게 브랜딩 할 수 있을지 보여주었다면, 심플책방은 사람과 콘텐츠를 통해 지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죠. 서점이지만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해 방문객이 머물고 싶게 만들고, 지역성과 연결된 콘텐츠를 기획해 자연스럽게 지역을 알리는 방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