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삶이나 일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 본 적 있으신가요? ‘나의 삶은 어떤 모양일까?’,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같은 질문 말이에요.
STAXX에는 영주라는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비즈니스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는’ 액셀러레이터 이재훈 매니저가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로컬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 일을 지원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태도를 지키고 싶은지에 대한, 재훈님의 진심을 전하고자 합니다.
STAXX: 안녕하세요 재훈님!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재훈님의 ‘아.보.하’가 궁금합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 뜻의 줄임말이에요. 과거 ‘아.보.하.’가 유행어냐, 아니냐로 재훈님과 티격태격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재훈님의 보통의 날들이 모인 영주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재훈: 아침에 일어나서 밍기적거리다가 냉장고를 한번 열어보고, 간단히 산책하고 출근을 해요. 출근하면 1층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택수를 10초에서 5분 정도 쓰다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퇴근 후엔 운동을 해요. 저는 집에 가면 거의 누워만 있어서, 라운지에서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가요. 이런 루틴한 일과를 벌써 3년째 보내고 있지만, 이게 과연 나의 ‘삶’일까? 하는 생각이 남아있어요. 머무는 것과 사는 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거든요.
STAXX: 그 미묘한 차이는 어쩌면 저희같은 이주 노동자(?)만이 아는 감각은 아닐까 싶어요. 일상과 업무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부분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재훈: 저에게 일이라는 건 결국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일의 목적이 제가 지향하는 바와 다르면 그 일이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저에겐 일과 여가, 쉼이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을 쉬엄쉬엄할 때도 있고, 쉬는 시간에도 일 생각을 하게 돼요. 사람에 따라 이렇게 일하는 방식을 어렵게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걸 저는 오히려 만족감으로 느끼는 편이에요. 그렇다보니 말씀하신 것 처럼 일상과 업무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요즘 그 만족감을 더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STAXX: 아무래도 로컬에서는 일과 삶의 경계가 더 흐릿해지죠. 그걸 만족으로 느낀다니 천직이네요.
재훈: 개인적인 만족감은 분명히 있지만, 천직이라고 말하기엔 어려운 점도 있어요. 영주에 오기 전에는,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비즈니스를 지원하면서 ‘내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좋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역에서는 비즈니스가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게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실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이 일이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를 계속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일에 대한 만족감을 찾아가고 있어요.
STAXX: 이야기를 듣다보니 로컬 비즈니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로컬 비즈니스가 지속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느끼세요?
재훈: 저는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브랜딩일 수도 있고, 제품력일 수도 있죠.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기업이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의 기업을 만나다보면, 현실적으로 단기적인 매출 신장을 필요로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건 당연하지만, 지원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나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힘이 필요해요.
STAXX: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에 필요한건 바로 이거야! 라는 대답을 상상했는데, 결국 기업마다 다 다르다는 뜻이네요.
재훈: 그렇죠. 그래서 저희같은 중간지원조직,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소상공인의 경우 매출 편차같은 불확실한 변수를 가장 큰 불안으로 느끼거든요. 그걸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여유도 마땅치 않고요. 그래서 이 어려움을 함께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STAXX: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동반하는 것 같아요. 이를 함께하고 있는 재훈님도 일을 하면서 막막하거나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나요?
재훈: 첫 번째는,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을 만나는 경우엔 보통 기간 내에 만들어내야 하는 결과물이 명확한 편이에요. 하지만 기업의 실제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잖아요. 기업의 상황이 저마다 다르고,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길때도 있으니까요. 기업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그 사이에서 마음이 참 어려워요. 그럴 때 제가 어떤 확신을 갖고 이렇게 하시죠!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두 번째는, 사업이 아닌 관계로 남게 되는 기업들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어떤 사업을 통해 만난 기업들의 경우, 지원 기간은 끝이 나도 관계는 남게 되잖아요. 잘 아시겠지만 특히 지역에서는 그 관계가 좀 더 긴밀한 경우가 많고요.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기업들을 계속 지원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데, 공식적인 사업이 아니면 해결이 쉽지 않죠. 그래서 이걸 관계로 풀어나가보자! 하는 생각에 소소하지만 STAXX 반상회도 운영하고 있고요, 좀 여유가 생기면 동아리 같은 것도 시도해보려고 생각중이에요. 시간을 만들어서 정보도 나누고,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자리를요. 알럼나이를 만들면 영주를 넘어 확장할 수도 있겠죠. 관계를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지만, 그걸 계속 유지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